원자재 물가상승으로 인해 전문건설사(이하 하수급인)가 장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는 경우 하수급인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을 받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 종합건설사(이하 수급인)에게 책임이 있는 공사 지연이 있는 경우에도 하수급인이 물가변동을 청구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최근에도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장비 공급을 지연해 하도급 계약의 계약 시점과 비교해 자재를 구입하는 상황에서 상승한 비용으로 하수급인은 그 손해를 수급인에게 청구했으나, 수급인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다는 이유로 하수급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거절해 하급심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은 계약 당사자의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인해 입찰 시보다 물가가 일정기준 등락할 경우, 일방 당사자가 자재를 구입하거나 인력을 투입하면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제도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 3% 이상의 증감이 발생한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특정규격의 자재별 가격변동이 15%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자재만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단품 슬라이딩 제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는 공공공사와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고 있는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서에서는 공공공사와 동일한 수준의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서 사용이 강제사항은 아니라서 오히려 민간공사에서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많아지자 지난해 4월 국토부는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원자재 수급불안 및 가격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을 안내하는 등 건설업체의 피해 예방에 힘쓴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 민간공사의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반면 수급인에게 책임이 있는 공사 지연으로 인해 원자재가 상승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원자재 상승에 앞서 상대방의 책임을 선행 원인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손해배상에 대한 인과관계 문제, 손해배상의 범위,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등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물론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구체적인 목적과 내용에 따라서 계약금액조정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물가변동과 관련한 것이라면 손해배상까지 포함해서 배제하는 것으로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는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한 해석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수급인은 경제상황 변동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사를 할지, 그렇지 않으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는 경우 입찰을 포기할지 당사의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물가변동 배제 특약으로 인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원인과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으면 물가상승으로 인한 손해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과는 별개로 보고 보전받는 것이 계약원칙이나 해석상 더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